큐레이션

다섯 식구가 층을 나눠 사는 30평 모듈러 주택 — 제주시 감귤밭에 앉힌 2층 집

제주시 감귤 과수원에 앉힌 30평 2층 모듈러 주택. 1층 T-21 21평 위에 2층 U-9 9평을 얹어, 세 세대의 생활 시간대를 층으로 나눴습니다.

유닛하우스 매거진· · 읽는 시간 약 6분
다섯 식구가 층을 나눠 사는 30평 모듈러 주택 — 제주시 감귤밭에 앉힌 2층 집

문제는 방 개수가 아니라 시간표였습니다

세 세대가 한 집에 살겠다고 하면 대개 방 개수부터 셉니다. 부모님 방 하나, 부부 방 하나, 아이들 방 둘. 넷이니까 네 개. 이 계산은 도면에서는 맞아떨어집니다. 어긋나는 것은 살기 시작한 다음입니다.

어긋나는 지점은 면적이 아니라 시간입니다. 부모님은 다섯 시에 일어나시고 아이들은 열 시에 잡니다. 같은 층에 방을 나란히 놓으면 복도 하나를 사이에 두고 두 생활 시간대가 하루 두 번씩 부딪힙니다. 방을 하나 더 만들어도 이 충돌은 줄지 않습니다. 방 개수가 아니라 방 사이의 거리와 층이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제주시 감귤밭에 앉힌 이 30평 2층 주택은 그 문제를 층으로 풀었습니다. 세대를 수평으로 늘어놓는 대신 수직으로 나눴습니다.

21평 위에 9평을 얹어 30평입니다

이 집은 두 개의 모델을 위아래로 포개 만들었습니다.

1층 T-21 · 21평 — 계단을 쓰지 않는 층

9평 모듈 하나와 6평 모듈 둘, 모두 세 개 모듈을 이어 21평을 구성했습니다. 거실·주방·데크가 한 줄로 이어지고 부모님 방과 욕실이 같은 층에 들어갑니다. 계단을 쓰지 않고도 하루가 완결되는 층입니다.

2층 U-9 · 9평 — 침실 한 덩어리

9평 모듈 하나짜리 단일 모듈입니다. 침실과 드레스룸, 욕실이 이 안에 들어갑니다. 1층 21평과 합쳐 전체 30평입니다.

모듈러에서 층을 나누는 일은 벽을 하나 세우는 일과 다릅니다. 층마다 다른 모델을 고를 수 있고, 그 조합이 곧 가족 구성의 답이 됩니다. 이 집에서 1층이 21평이고 2층이 9평인 것은 미학적 선택이 아니라 "누가 계단을 안 써야 하는가"에 대한 답입니다.

밭담을 걷어내지 않고, 그 사이에 앉혔습니다

대지는 감귤 과수원 한가운데입니다. 제주에서 이런 땅에 집을 앉힐 때 가장 흔한 선택은 밭담을 걷어내고 평평하게 만든 다음 그 위에 놓는 것입니다. 시공은 쉬워지고 풍경은 사라집니다.

여기서는 반대로 했습니다. 기존 현무암 밭담과 삼나무 방풍림을 그대로 두고, 그 사이에 이미 비어 있던 자리를 찾아 30평을 앉혔습니다. 포장은 진입로와 주차에 필요한 만큼만 하고, 나머지 마당은 들잔디와 들꽃으로 덮었습니다.

밭담을 남긴 것은 경관 때문만이 아닙니다. 제주의 밭담은 바람을 막으려고 몇 세대에 걸쳐 쌓인 구조물입니다. 걷어내면 다시 만들 수 없고, 걷어낸 자리에는 결국 다른 방풍 시설을 세워야 합니다. 남기는 쪽이 싸고 빠르며 오래갑니다.

실내는 다섯 군데에서 갈렸습니다

주방 — 서서 일하는 동안에도 거실이 보입니다

주방에 서 있는 동안에도 시야가 막히지 않습니다. 아일랜드에 서면 거실과 데크, 마당이 한 번에 들어옵니다. 설거지를 하다가도 아이가 어디쯤 있는지 고개를 돌리지 않고 알 수 있습니다.

계단 — 난간 대신 벽으로 감쌌습니다

계단에는 난간을 세우지 않았습니다. 대신 계단 옆면을 벽으로 감쌌습니다. 난간은 아무리 촘촘해도 아이에게는 틈이고, 세 세대가 사는 집에서 계단은 하루에 수십 번 오르내리는 길입니다. 그래서 틈 자체를 만들지 않았습니다. 디딤판은 원목으로 하고, 천장 다운라이트로 계단 전체를 고르게 밝혔습니다.

창 — 누웠을 때의 눈높이로 잡았습니다

누웠을 때의 눈높이에 맞춰 창의 높이와 위치를 방별로 따로 잡았습니다. 서서 보는 풍경과 누워서 보는 풍경은 다른 각도에서 들어옵니다. 침실에서 중요한 쪽은 누워서 보는 풍경입니다.

수납 — 바닥에 두지 않고 벽 안에 넣었습니다

복도형 드레스룸과 붙박이장을 벽면에 짜 넣어 바닥에 놓는 가구를 줄였습니다. 세 세대가 사는 집은 짐이 세 배가 아니라 세 종류로 늘어납니다. 계절 옷과 손님 침구, 아이들 물건이 각자 자리를 가져야 복도가 창고가 되지 않습니다.

욕실 — 샤워부스와 욕조를 나눴습니다

샤워부스를 유리로 세워 따로 두고 욕조를 함께 넣었습니다. 씻는 자리와 담그는 자리가 나뉘면 아침 시간이 겹치지 않고, 저녁에는 목욕이 하루를 닫는 시간이 됩니다. 식구가 많은 집에서 욕실 면적을 줄이면 그 손해가 매일 돌아옵니다.

외장은 나무의 결, 재료는 강판입니다

외장재는 우드그레인 스틸 사이딩입니다. 세로로 세운 패널 사이 이음매를 벽면보다 안으로 파인 ㄷ자 홈으로 처리해, 벽 앞으로 튀어나오는 부재 없이 면을 정리했습니다.

나무를 쓰지 않은 이유는 분명합니다. 제주의 바람과 습기는 목재 외장의 수명을 육지보다 빠르게 깎습니다. 결은 나무에서 가져오고 성능은 강판에서 가져오는 편이, 5년 뒤 재도장 견적을 받지 않는 방법입니다.

왜 유닛하우스 모듈러였는지 말씀드립니다

이 집의 구조체는 공장에서 완성됐습니다. 현장에서는 조립과 마감만 합니다.

제주에서 이 차이는 큽니다. 비와 바람으로 공정이 밀리는 날이 육지보다 잦고, 인력과 자재를 배로 들여와야 합니다. 현장에 머무는 기간이 길수록 날씨에 노출되는 공정이 늘고, 그만큼 하자와 지연의 확률이 올라갑니다. 공장에서 만들 수 있는 부분을 최대한 공장에서 끝내는 것은 취향이 아니라 섬이라는 조건에서 나온 선택입니다.

유닛랩은 사업지 판단부터 기획설계, BIM, 구조검토, 원가와 제조 연계까지 한 팀에서 봅니다. 설계를 넘긴 뒤 제조에서 도면이 바뀌고 현장에서 다시 바뀌는 구간이 없다는 뜻입니다. 세 세대가 사는 집처럼 조건이 많은 프로젝트일수록 이 연속성이 결과를 좌우합니다.

이 집의 시작가는 2억 1,658만 원입니다

이번에 소개해드린 T-30, 30평 구성의 금액입니다. 1층 T-21 1억 4,824만 원과 2층 U-9 6,834만 원을 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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