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레이션

아늑한 제주 섬 위에 세워진, 9평 모듈러 독채 스테이

스테이 운영을 준비한다면. 제주 우도 9평 모듈러 독채 3동 설계 시안 — 마주치지 않는 배치, 반외부 욕조, 섬 시공을 견디는 철골 모듈러 공정.

유닛하우스 매거진· · 읽는 시간 약 6분
아늑한 제주 섬 위에 세워진, 9평 모듈러 독채 스테이

짐을 내려놓으면, 세 채가 보입니다

짐을 내려놓고 마당에 서면 낮은 지붕 세 채가 나란히 보입니다. 손님을 맞이하는 사람에게는, 자기 이름 대신 집의 이름으로 기억되고 싶은 순간이 있습니다.

우도라는 섬에 짓는다는 조건 자체가 흔치 않습니다.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자리를 먼저 그리고, 그다음에 평면을 채워나간 시안입니다.

9평 유닛 세 동. 숫자만 보면 작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이 시안에서 정한 것의 대부분은 면적이 아니라 거리와 방향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세 채를 얼마나 떨어뜨릴지, 어느 쪽으로 창을 낼지, 문을 열면 무엇이 보일지. 아래는 그 결정들을 순서대로 정리한 기록입니다.

섬이라서 더 정확해야 합니다

집은 공장에서 만들어 섬으로 들어옵니다. 현장에서 보내는 시간이 짧을수록, 바다 날씨에 덜 흔들립니다.

육지에서 짓는 집과 섬에서 짓는 집의 차이는 자재비가 아니라 변수의 개수입니다. 배가 언제 뜨는지, 장비가 언제 들어오는지, 비가 며칠 오는지가 전부 공정에 붙습니다. 현장 작업 기간이 길어질수록 그 변수에 노출되는 시간도 함께 길어집니다.

이 세 채는 철골 강구조 모듈러 표준 위에서 설계했습니다. 부재 대부분을 공장에서 만들어 현장 작업을 줄이는 방식이라, 섬처럼 시공 여건이 까다로운 곳에서도 공정을 단순하게 가져갈 수 있습니다. 마감 정밀도 역시 날씨에 좌우되는 현장이 아니라 실내 공장에서 확보됩니다.

U-9 모델, 조망과 간섭을 고려한 3채 배치

배치를 잡을 때 얼마나 떨어뜨릴지, 어디를 바라볼지를 설계했습니다. 시선이 겹치지 않는 거리가 이 스테이의 첫 설계입니다.

길게 이어진 대지 위에 세 채를 나란히 앉히되, 서로의 창과 마당이 겹치지 않도록 각도를 조금씩 틀었습니다. 같은 평면을 세 번 반복하는 대신, 대지의 방향과 바람길을 먼저 읽고 각 동의 위치를 다시 짰습니다. 같은 모델이라도 놓이는 자리에 따라 생활이 달라집니다.

형태는 낮게 가져갔습니다. 우도의 돌담에서 본 낮고 단단한 인상을 참고해, 지붕선을 눌러 섬의 바람에 순응하는 형태로 그렸습니다. 화려하게 꾸미기보다 이 자리에 어울리는 낮은 존재감을 우선했습니다. 대지 경계의 돌담은 그대로 살려 구획으로 쓰고, 건물 외장은 관리와 내구를 고려해 시멘트 사이딩으로 정리했습니다. 돌은 땅의 재료로, 집은 담백한 얼굴로 나누는 편이 서로를 살린다고 판단했습니다.

스테이에서는 나만의 시간이여야 합니다

독채 세 채라 손님끼리 마주칠 일이 없습니다. 이번 설계에 중요포인트는 크게 두가지, 첫번째는 앞서 설명드린 시선간섭을 떨어뜨린 설계, 그리고 사용인원과 용도에 맞춘 구성입니다.

손님마다 다른 일행 구성을 고려했습니다. 가족 단위든 친구 모임이든, 옆 동 소음 걱정 없이 각자의 속도로 머물 수 있게 했습니다. 주차 공간과 진입로도 동마다 따로 두어, 체크인부터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계획했습니다.

문을 열면, 욕조 너머가 섬입니다

창을 열어둔 채 몸을 담그는 자리를 두었습니다. 손님이 사진으로 남기는 곳은 대개 여기입니다.

욕조는 반외부로 계획했습니다. 벽 한 면을 크게 열어 덱과 마당으로 시선이 빠지게 두고, 물이 닿는 면은 어두운 톤의 대형 타일로 정리했습니다. 밝은 외장과 어두운 욕실이 대비를 이루면서, 문을 여는 행위 자체가 장면의 전환이 됩니다.

우도의 하늘을 담은 창호 설계

큰 창 하나로 하늘이 침대까지 들어옵니다. 스테이에 지내는 시간은 아파트 콘크리트가 아닌 자연조경을 바라보도록 설계했습니다.

손님이 머무는 시간의 대부분은 결국 실내입니다. 그래서 창의 크기와 위치를 먼저 정하고, 나머지 마감은 그다음 순서로 정리했습니다. 실마다 앉은 눈높이에 맞춰 창의 높이와 위치를 따로 잡았고, 어느 공간에 있어도 바다를 등지지 않게 배치했습니다.

침실은 코너를 열었습니다. 두 면이 만나는 자리에서 프레임이 사라지면, 9평이라는 면적은 창 밖까지 확장됩니다. 아침에 눈을 떠 처음 보는 것이 천장이 아니라 하늘이 되도록 침대의 방향을 정했습니다.

문을 열면 거실이 마당까지 이어집니다

거실 폭만큼 열리는 슬라이딩 도어 앞에 데크를 두었습니다. 신을 신고 벗는 자리를 줄여 자연스럽게 나가게 했습니다.

문턱과 단차를 줄이는 데 신경을 썼습니다. 나가는 데 드는 수고가 조금이라도 늘어나면 사람은 결국 안에 머무릅니다. 커피 한 잔을 들고 나가는 일이 번거롭지 않아야, 손님이 데크에서 보내는 시간이 실제로 길어집니다. 그릴과 야외 테이블 자리도 그 동선 위에 두었습니다.

잠깐 머무는 공간에도, 자재부터 봤습니다

가구는 공간 치수에 맞춰 맞춤형으로 제작됩니다. 벽지와 바닥까지 같은 결로 맞춰 하나의 방처럼 완성했습니다.

짧게 머무는 공간일수록 눈에 걸리는 것이 없어야 합니다. 붙박이장과 평상은 유닛 치수에 맞춰 짜 넣었고, 벽지와 바닥, 가구의 톤을 하나로 맞춰 시선이 어디에서도 끊기지 않게 했습니다. 좁은 면적에서 통일감은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체감 면적의 문제입니다.

자재 등급도 함께 봤습니다. 하루 이틀 머무는 손님이라도 잠은 그 안에서 잡니다. 가구 자재는 E0 등급으로 잡아, 밀폐된 공간에서 오래 숨 쉬어도 부담이 적은 쪽을 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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